
K뷰티의 글로벌 성장과 전망
핵심 요약
1. 한국의 화장품 수출은 2024년 전고점을 깨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음
2.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건 인디 브랜드들이었으며, 성공 가능성을 본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투자와 해외 진출 시도가 공격적으로 이루어질 것
3. 과거에는 특정 국가나 오프라인 채널로 집중되어 있던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다양한 지역과 더 많은 브랜드, 다양한 생산 및 유통 경로들이 활성화 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2015-2024 화장품 수출 실적 추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HS Code 3304 기준)
국내 화장품의 수출 규모는 2015년 약 24억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24년 85.5억 달러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1 한화로는 12조 원 정도가 되겠네요.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118억 달러, 한화로 약 17조 원 규모 정도라고 하니 지금의 수출 성장 추이가 지속된다면 내수보다 수출 규모가 커지는 날도 머지 않아 보입니다.2
2021년까지 성장을 주도한 국가는 중국이었습니다. 2015년 약 10억 달러였던 중국 대상 화장품 수출은 2019년 24억 달러를 기록하며 화장품 수출 비중의 46%를, 2021년에는 41억 달러로 54%를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중국향 화장품 수출은 21.5억 달러으로, 고점이었던 2021년 대비 48%나 줄어들며 비중 역시 25%까지 줄어들었습니다.
2015-2024 국가별 화장품 수출 실적 추이 (단위: 천 달러,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HS Code 3304 기준)
중국 수출량이 줄어든 반면 2022년 주춤했던 전체 화장품 수출량은 2023년 다시 반등하였고, 2024년에 전고점을 갱신했습니다. 국가별 수출량 추이를 보면, 미국 수출량이 연평균 34.5% 속도로 매년 빠르게 성장하여 2024년 15.4억 달러를 기록하여 성장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미국 수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8%에서 18%까지 증가하였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성장이 특정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두 자릿 수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화장품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인 프랑스에서조차 15%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 부분입니다.
K뷰티 성장의 주역들
미국 온라인 유통의 핵심사업자인 Amazon 사이트에 접속하면 Best Seller 메뉴를 통해 카테고리별 랭킹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Personal Care 카테고리에 1위와 2위에 한국 브랜드인 메디큐브 모공 패드와 바이오던스의 마스크팩을 볼 수 있습니다. 상위 50개의 항목이 노출되는 이 메뉴에는 2025년 3월 26일 기준으로 메디큐브 모공패드(#1), 마스크팩(#8)과 콜라겐 크림(#39), 바이오던스의 마스크팩 (#2), 코스알엑스의 달팽이 에센스(#10)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많습니다. 이 외에도 조선미녀 브랜드의 선케어 제품인 '맑은쌀 선크림'은 2022년 sun skin care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고, 스킨1004, 라운드랩, 마녀공장, 티르티르 같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글로벌 K뷰티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들이 전통 대기업들이 아닌 인디 브랜드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부족한 리소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 다른 기후, 고객들의 다른 니즈를 극복한 제품들을 구현해낸 것입니다. 이런 K뷰티 트렌드를 만들 수 있었던 건 1) 해외 고객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던 인디 브랜드들의 제품 기획력, 2)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ODM 인프라, 3) 실리콘투와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만들어낸 유통 역량들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글로벌 시장에 더 잠재력이 있는가?'에 대한 답은 '그렇다'입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Euromonitor가 추산한 미국의 Beauty and Personal care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1106억 달러입니다. 우리나라가 2024년에 미국에 수출한 규모가 15억 달러인데, 전체 비율로 따지면 아직도 1.4%밖에 되지 않습니다. 유럽국가들 역시 한국 화장품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점유율로 보면 1%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더 먹을 파이가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홍콩의 경우 화장품 시장 규모는 Euromonitor 기준으로 2023년 33억 달러로 한국 화장품 점유율이 15% 수준입니다. 일본은 업체에 따르지만 화장품 시장 규모는 최소 24조 원 규모로 추산합니다. 일본향 화장품 수출 규모는 이제 막 1조 원을 넘었으므로, 4%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0-2024 화장품 미국 수출 실적 추이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HS Code 3304 기준)
성장세 관점에서 봐도 멈출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봤을 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34.5%씩 성장했지만, 2022년-2024년으로 좁혀서 본다면 49%씩 성장했습니다.
최근 2년 들어서 더 많이 성장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추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일본, 러시아, 대만, 태국, UAE, 영국, 인도네시아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해외 진출 시도 관점에서 본다면, 가능성을 확인한 현 시점에서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시도와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투자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도가 늘어나게 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뿐만 아니라 역량 역시 향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그동안의 성장을 견인해온 인디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해외 화장품 시장 공략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OEM 및 ODM 업체나 글로벌 유통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규모에 따른 economics 개선 역시 이루어지므로, 한국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리스크는 어떨까요?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산입니다. 과거 화장품 수출을 주도했던 중국향 수출이 꺾이게 된 배경은 THAAD 배치 논란으로 인한 한한령과 COVID-19로 인한 왕래 감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현재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특정 국가에 집중된 현상이 아닙니다. 일본향 화장품 수출은 2020년 5.4억 달러에서 2024년 8.4억으로 54%나 증가했지만,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비중은 9.0% -> 9.8%로 0.8%p만 증가했습니다.
영국 H&B 스토어 Boots 온라인 플랫폼
다양해지는 건 진출 국가만은 아닙니다. 이미 각 시장에서 성공을 경험한 브랜드들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현지 하이퍼마켓이나 드럭스토어 입점,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등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ODM 업체들도 생산 기지를 미주로 확장하는 등 생산 및 유통 경로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진출 국가, 브랜드, 생산과 유통 모든 측면에서 역량이 보완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제품입니다. 마케팅은 글로벌 고객들의 니즈를 더 잘 이해하여 제품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현지 고객들에게 소구될 수 있는 점들을 살려 소재에 담아, 최적의 채널로 전달해야겠습니다. 글로벌에 있는 수많은 국가와 타겟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우리만의 소재를 찾는 것, 그리고 각 국가와 지역에 맞는 마케팅 채널을 찾는 것이 앞으로 마케팅 측면에서 강화해야 하는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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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S Code 3304 기준이며 미용이나 메이크업용 제품류와 기초화장용 제품류, 매니큐어용 제품류와 페디큐어(pedicure)용 제품류를 포함
[2] 2022년 기준, 한국보건산업진흥원